그 겨울에
고상원
한 발도 용서하지 않는 매서운 겨울입니다
한 번의 실수로 추락하는 아찔한 벼랑입니다
입 닫고 귀 막고 눈 감고
지상의 것 다 버리고
뿌리와 흙 속으로 다 들어가야
겨울은 생명을 돌보고 지난 일 용서합니다
다시 태어나 꽃이 피고
벼는 황금색으로 스스로 익어가고
사과는 스스로 붉어질 겁니다
언 땅에서 겨울은 진리를 낳고
천년 깨달음의 꽃 피우는데
눈 먼 우린 볼 수 없습니다
함박 눈 내리는 날
겨울은 벼랑에서 지난날을 용서합니다
겨울은 눈을 뜨라합니다
귀를 활짝 열라합니다
진리 찾으라합니다
겨울은 시베리아 벌판으로 달려가
자작나무 몸통 속에서 몸부림치라합니다
온갖 것 내려놓고 깨달아
벼랑에서 환생하라 합니다
처절한 동토에서
연꽃 피우라합니다
한해 길 닦으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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