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노래하는 시선/뜻시

그 겨울에

kk고상 2015. 12. 2. 18:09

 

 

                   그 겨울에

                    고상원

      

한 발도 용서하지 않는 매서운 겨울입니다

한 번의 실수로 추락하는 아찔한 벼랑입니다

입 닫고 귀 막고 눈 감고

지상의 것 다 버리고

뿌리와 흙 속으로 다 들어가야

겨울은 생명을 돌보고 지난 일 용서합니다

다시 태어나 꽃이 피고

벼는 황금색으로 스스로 익어가고

사과는 스스로 붉어질 겁니다

언 땅에서 겨울은 진리를 낳고

천년 깨달음의 꽃 피우는데

눈 먼 우린 볼 수 없습니다

함박 눈 내리는 날

겨울은 벼랑에서 지난날을 용서합니다

겨울은 눈을 뜨라합니다

귀를 활짝 열라합니다

진리 찾으라합니다

겨울은 시베리아 벌판으로 달려가

자작나무 몸통 속에서 몸부림치라합니다

온갖 것 내려놓고 깨달아

벼랑에서 환생하라 합니다

처절한 동토에서

연꽃 피우라합니다

한해 길 닦으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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