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노래하는 시선/뜻시

삶의 노래

kk고상 2017. 12. 26. 10:04

100소시집

    삶의 노래

  一餘  고상원

      

길게 굵게

잘 살려 거든

용문사 천년 은행나무에게

물어보라

 

어떤 시련에도

잘 살려 거든

절벽에 사는

앉은뱅이 소나무에게

물어보라

 

흔들거리거든

가지처럼 흔들거려라

울고 싶거든

잔가지처럼 흐느껴봐라

 

늙을수록

감나무 고목을 보라

은행나무 고목을 보라

늙어도

가난해도

더 싱싱하게 살고

더 탐스런 열매 열리는

그들의 삶을 보라

 

우리네 삶은

빈 껍질로 치장하며 살지 말자

속 뿌리 없이 살지 말자

 

온통 헛되게 겉만 치장하며 살지 마라

진실과 속을 속이며 살지 마라

뿌리를 튼튼하게 하며

여유 있게 살자

세월을 한탄하지 말고

시간을 낚자

기회는 무수한 별과 같이 온다

여유가 있어야 보인다



속 뿌리 키우려면

홍련 꽃을 보라

속 뿌리 단단한

깨달음을 얻게 되리라

 

용문사 천살 은행나무 여유를 보라

천살 청춘의 여유를 보라

천살 단풍 멋을 보라


팔다리와 몸통 잘려도

창밖에 당단풍나무는

한겨울에

당당하게

즐겁게

잘 살더라


어디 가든

나무를 보라

고목을 보라

팔다리 잘려나가도 사는

나무의 삶을 보라

 

천둥벼락 맞아도 사는

밤나무 고목을 보라

몸통이 타들어가

벼락 맞은 텅 빈 밤나무의 삶을 보라

불가능은 없다

 


'자연을 노래하는 시선 > 뜻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해를 보내며  (0) 2017.12.29
붉은 닭띠 해는 지고  (0) 2017.12.27
함박눈 오시는 날에  (0) 2017.12.21
겨울~~뜻시  (0) 2017.12.19
2017년 추억 여행~~5 여름  (0) 2017.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