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소시집
삶의 노래
一餘 고상원
길게 굵게
잘 살려 거든
용문사 천년 은행나무에게
물어보라
어떤 시련에도
잘 살려 거든
절벽에 사는
앉은뱅이 소나무에게
물어보라
흔들거리거든
가지처럼 흔들거려라
울고 싶거든
잔가지처럼 흐느껴봐라
늙을수록
감나무 고목을 보라
은행나무 고목을 보라
늙어도
가난해도
더 싱싱하게 살고
더 탐스런 열매 열리는
그들의 삶을 보라
우리네 삶은
빈 껍질로 치장하며 살지 말자
속 뿌리 없이 살지 말자
온통 헛되게 겉만 치장하며 살지 마라
진실과 속을 속이며 살지 마라
뿌리를 튼튼하게 하며
여유 있게 살자
세월을 한탄하지 말고
시간을 낚자
기회는 무수한 별과 같이 온다
여유가 있어야 보인다
속 뿌리 키우려면
홍련 꽃을 보라
속 뿌리 단단한
깨달음을 얻게 되리라
용문사 천살 은행나무 여유를 보라
천살 청춘의 여유를 보라
천살 단풍 멋을 보라
팔다리와 몸통 잘려도
창밖에 당단풍나무는
한겨울에
당당하게
즐겁게
잘 살더라
어디 가든
나무를 보라
고목을 보라
팔다리 잘려나가도 사는
나무의 삶을 보라
천둥벼락 맞아도 사는
밤나무 고목을 보라
몸통이 타들어가
벼락 맞은 텅 빈 밤나무의 삶을 보라
불가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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