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노래하는 시선/뜻시

거대한 하루

kk고상 2018. 11. 14. 08:47

거대한 하루
   고상원



거대한 탑을 쌓은 하루였다
책 두권을 도서관에서 빌리고
전철 드라이브를 떠난다
단풍 진 거리에 사람들은
저마다 멋을 부리고 걷는다
오랜만에 전동차 안 사람들을 엿본다
둥근 모자 여인이 멋지고
할머니 청바지가 어울리는데
멋없는 할배들이 분위기 지운다
텅빈 황금들은 큰기러기들이 채우고
볏단 스토로폴이 주인을 기다린다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취해 있다
멋이 상관 없는 학생들은
벌써 검정 패딩 옷에
겨울방학을 기다리나보다
오일장 본 할매들은
큰 일을 한듯
대파를 실고 그윽한 얼굴 하고 있다
삼각산이 스쳐가고
빈 들이 손사레 치며
침묵의 미소 흐른다
전동차 안 남녀노소도 마찬가지지만
각자 신과 옷이 틀리고 멋이 강해
책 속에 나오는 인물 같다
텅 빈 나무 사이로
사람이 사람 같고
전동차가 전동차 같은
거대한 하루였다
애완견은 대접 받는 데
날로 인간 사회는
모나고 차가워지고 병들어가는
서러운 하루하루였지만
오늘만은 가을이 가고 텅 빈 자리에
사람이 우뚝 선
아름다운 하루다
차창 밖에 삼각산 향기도 그윽하고
강물은 굽이치며
철새와 함께
가을 노래를 부르는구나




'자연을 노래하는 시선 > 뜻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겹동백꽃 앞에서~~뜻시  (0) 2019.01.23
겨울은 겁나게 차리는 밥상이다~`일려 뜻시  (0) 2018.12.05
늦 가을비 맞으며  (0) 2018.11.08
오색 단풍에게~~뜻시  (0) 2018.10.19
황금들 걸으며  (0) 2018.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