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다도라지 심기 /시와 산

겨울잠

kk고상 2006. 12. 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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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잠

                                                             고 상

할 일은 궁리만 하다

산과 들에 걸어 둔 채 떠돌아다녔다

산에 가끔 살구 씨 뿌리고

산수화 심으며 산을 갖으려했으니

평생을 쌀 한 톨 씩 모아

남을 위해 살고 시신까지 기증하는

독거할머니께 죄송스럽다

새 봄에는 산을 가꾸는 성실한 주인공으로

살고 싶어 깊게 겨울잠 자야겠다

헛웃음 지으며 삶의 울타리만 헤매고 다녀

할머니께 송구스럽고 미안하다

땅 속에서 흙의 진리 마시며 겨울잠 잘 자는

동토의 하얀 자작나무가 되고 싶다

가지마다 해골이 선연히 비치지만

겨울잠 자고나면 꼿꼿이 부활하는

자작나무 숲이 되고 싶다

땅 속에서 흙의 말씀 씹고 삼키고 나면

고구려 피 흐르는 소처럼 일 하도록 새봄에는

할머니 천사께서 여의주 물려주실 것이다

반성과 깨달음으로 얻은 씨 뿌려 가꾸는

진정한 흙의 머슴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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