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갖는다 39
고 상 원
여보게 ,친구
한겨울 산은 넓은 가슴을
하늘에 열어주었지
멍들고 슬픈 자, 뿌리에 잠들게 하고
몸통은 하늘에 맡겼지
우리는 넓은 가슴을 내 것처럼
밟고 다녔지
산냄새도 없는데 동박새 따라
산속으로 파고들었지
겨울엔 팔다리가 없는 산이지만
가슴 아프고 조릴 때 편안한 말 걸었지
여보게, 친구
진달래꽃이 우릴 깨우네
일어나 땀 흘릴 채비해야겠어
바위틈에서 자란 여린 가지에서
질기고 밝은 땀 냄새가 나네
인내와 끈기로 산을 오르면
험난한 산도 다 내주는데
자신감으로 출발해보세
흐르는 물은 소리를 내고
흐르지 않는 물은 썩지않는가
나이는 버리고 꽃바람 타고
한 발짝씩 목표를 향하여 디뎌보세
눈 멀어도 걸을 수 있고
팔다리 없어도 온 몸으로
손짓발짓 다 할 수 있지않은가
우리에게 걸림돌은 없네
외로우면 서로 부르고
즐거우면 달려가세
끝이 보이지 않으면
멈춰서 뒤를 돌아보세
출발점은 보이지않겠나
그것이 끝이라네,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