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로 가는 길
고 상 원
미끄러지듯 가는 초가을
역류하듯 무더운 한낮
공주 들녘은
갈 길을 그대로 가고 있다
알알이 그리움 익는
벼이삭 그림자 물결치는데
손자 손 잡고 들녘 누비고자
그리운 할머니 내려오신다
비 안 오면 할머니 속 타고
병 들으면 아저씨 속 멍들었는데
벼도 어른이 다 되었는지
스스로 잘 뛰어넘어 대견하다
그리운 할머니 기름진 사랑으로
사랑과 평화 영그는 들녘 마주하며
공주로 가는 길
밤송이 마다 모처럼 웃음보 터트리고 있다
큰비 얻어맞은 아픔 잊은 채
*벼가 익어 가는 계절은 설렌다
마음의 구름 거두고 설렌다
더워서 움추리고 장맛비에 꼼짝 못했는데
어느새 벼는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우뚝 서있다
부끄럽고 부럽다
세월이 갈수록 할 일 못해서 안달인 나는 어찌할까
계룡산 종주하기로 맘 먹고 동학사에 첫발을 디뎠다
암자와 절이 압도했다
앞으로 5시간을 더위와 모기 말매미와 씨름하면서
즐거운 산행을 하면 갑사가 날 기꺼이 맞이하리라
은선폭포 못가서 신비한 버섯을 보았다
자연의 신비이자 생명의 신비함에 넋이 나갔다
2시간 여 걸어 관음봉 입구까지 갔다
이젠 지루한 하산길이지만
초행이라 두렵지만 즐거웠다
찬물에 발가벗은 몸 잠간 맡겼다
새끼도롱뇽과 약사여래 반갑다
어제 보았던 갑사 포근하고 깊은 맛이 있었다
또 내 시집을 보고 더없이 반가왔다
하산주 하면서
나를 들여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