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500년 된 마애불과 지장보살이 아직도 살아있다
3000명 분 밥그릇이 날 질리게했다
지지난 주 속리산을 종주했다
2박 3일 동안 천상낙원인 속리산을 품고 다녔다
잠간 비 멈춘 하루는 속을 다 비우고 나를 덮쳤다
금강소나무를 주춧돌 삼아 딱총나무 까치박달 대패집나무 층층나무 서어나무 드릅나무 느릅나무 작살나무 노린재나무 노감주나무 비목 쇠물푸레나무 산딸나무
고추나무 따위의 신선한 만남 잊을 수 없다
철철 넘치는 계곡 물소리 아직도 귓전을 울린다
가을 속으로
고 상 원
금강산도 못갔는데
곡식 익어가는 얼굴만 보러가고 싶다
백두산도 못갔는데
가을 색깔 보러 들판만 가고 싶다
익어가는 가을보다 더 좋은 꽃은 없다
머리 숙인 곡식보다 더 아름다운 꽃은 없다
결실보다 더 빛나는 별은 없다
가을보다 더 빛나는 햇살은 없다
모든 곡식이 머리 숙여 감사해 한다
머리 숙여 익는 가을은 아름답다
사람이니까 머리 숙여 익지 못해 슬프다
사람이니까 머리 숙이면 죄인이라 슬프다
논바닥 어둠의 길 휘젓는 우렁이가 부럽다
가을잎새 베어 물며 날뛰는 메뚜기가 부럽다
바람난 나를 받아줄 가을 없어 슬프다
넘치는 가을에 밥 한 끼 공짜로 먹을 수 없어 슬프다
들보다 산이 빛나지 못해 슬프다
생전 처음 두꺼비와의 만남
가슴이 두근거렸다
문장대 정상은 사방의 백두대간 정기를 품고있었다
문장대 오르기 전 도라지 10포기 심었다
부디 손 안타고 내년엔 꽃 피어라
천왕봉 가는 능선은 쉽고도 재미있었다
조릿대들 죽 길을 내줬고
한시간 반 정도 걷는 동안
봉우리 하나하나 뽑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