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도라지를 심고 싶고
자연을 가꾸고 싶은 시인 입니다
덕유산 향적봉 언저리에서
제31소시집
비가 뺨을 때릴 때
逸麗 고 상 원
찬바람을 안고 핀 금강초롱
정상의 등불 입니다
동토 고산에서 살아온 물봉선
우연이지만 질긴 삶입니다
밤이슬 먹고 늠름한 솔나리
우뚝 선 지도자입니다
정상을 꽃 칠한 동자
푸른 달빛을 먹는 불사조입니다
바위를 지키는 산오이풀
정상을 사모하는 여인입니다
비가 뺨을 때릴 때
정상의 꽃은 이별을 고합니다
덕유산 향적봉 언저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정상에서 꿀맛을 봤는데 벌은 고맙다는 인사도 없습니다
정상에서 신비한 멋에 반했는데 슬픔의 인사도 없습니다
비가 뺨을 때릴수록
줄기와 잎은 박차고 일어나
정상을 휘감는 포근한 여인의 숲을 이룹니다
굵은 비가 올수록 더 밝은 태양은 솟아올라
꽃은 다시 돌아옵니다
정상 언저리에 도라지 몇 포기 심고
솜다리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부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