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려 시 50선

가을 속으로

kk고상 2009. 10. 10. 18:25

제23소시집

                                                 가을 속으로

 

 

 

금강산도 못 갔는데

곡식 익어가는 얼굴만 보러가고 싶다

백두산도 못 갔는데

가을 색깔 보러 들판만 가고 싶다

익어가는 가을보다 더 좋은 꽃은 없다

머리 숙인 곡식보다 더 아름다운 꽃은 없다

결실보다 더 빛나는 별은 없다

가을보다 더 빛나는 햇살은 없다

모든 곡식이 머리 숙여 감사해 한다

머리 숙여 익는 가을은 아름답다

사람이니까 머리 숙여 익지 못해 슬프다

사람이니까 머리 숙이면 죄인이라 슬프다

논바닥 어둠의 길 휘젓는 우렁이가 부럽다

가을잎새 베어 물며 날뛰는 메뚜기가 부럽다

바람난 나를 받아줄 가을 없어 슬프다

넘치는 가을에 밥 한 끼

공짜로 먹을 수 없어 슬프다

들보다 산이 빛나지 못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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