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소시집
봄맞이
1
봄 햇살에 할머니는 여유롭다
지겨운 겨울에 통증으로 시름시름했는데
흙냄새 맡으며 할 일 찾아왔으니 행복하다
할머니는 실업자가 아니다, 자영업자다
냉이 달래 쑥 돌미나리 씀바귀 팔아 돈 벌고
사람 구경하니 일석이조라 기쁘다
일석백조도 기다리는 따뜻한 봄이다
2
법정대선사 입적하신 길상사에 가면
산새들이 예쁜 봄 소리로
혼을 흔들려고 난리다
무표정한 사람들뿐이다
무표정한 얼굴에 질려 있는 산새들
속마음 알고 침묵하고 있다
3
나무마다 집마다
묵언정진 침묵 팻말이다
길상사 데려다주는 셔틀버스까지
묵언 침묵 글자다
속으로 봄맞이 하는 법
속으로 기쁨 찾는 법
법정대선사는 하늘에 걸쳐놓고
묵언정진 입적하셨다
4
흔들흔들
어지럽다
봄 접근 중
갈 길
줏대 없이 터지는 중
중심 잘 잡고
달리자
날자
사랑하는 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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