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려 시 50선

봄맞이

kk고상 2011. 2. 20. 04:29

 

제38소시집

 

봄맞이

1

 

봄 햇살에 할머니는 여유롭다

지겨운 겨울에 통증으로 시름시름했는데

흙냄새 맡으며 할 일 찾아왔으니 행복하다

할머니는 실업자가 아니다, 자영업자다

냉이 달래 쑥 돌미나리 씀바귀 팔아 돈 벌고

사람 구경하니 일석이조라 기쁘다

일석백조도 기다리는 따뜻한 봄이다

 

2

법정대선사 입적하신 길상사에 가면

산새들이 예쁜 봄 소리로

혼을 흔들려고 난리다

무표정한 사람들뿐이다

무표정한 얼굴에 질려 있는 산새들

속마음 알고 침묵하고 있다

 

3

나무마다 집마다

묵언정진 침묵 팻말이다

길상사 데려다주는 셔틀버스까지

묵언 침묵 글자다

속으로 봄맞이 하는 법

속으로 기쁨 찾는 법

 

법정대선사는 하늘에 걸쳐놓고

묵언정진 입적하셨다

 

4

 

흔들흔들

어지럽다

 

봄 접근 중

갈 길

줏대 없이 터지는 중

 

중심 잘 잡고

달리자

날자

 

사랑하는 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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