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소시집
한 송이 동백꽃 피는 밤에
逸麗 고 상 원
필 듯 말 듯 망설였는데
피지도 못하고 질 번했는데
기어코 피었단 말인가
한 겨울 내내 맺힌
슬픈 파도 밀고
봄은 왔단 말인가
집안에 서린 구름 걷고
기어코 피었단 말인가
정상에 핀 꼿꼿한 기쁨
님에게 바친다
긴 험로에 거친 숨 몰아쉬며 흘린 땀
깊이 간직한다
용문사 쇠딱따구리 까막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동고비
우정과 사랑 밀려올 꿈에 젖어
목메어 있다
한 송이 동백꽃 앞에
봄햇살 밀려온다
안방까지 밀려온다
영근 봄 밀려온다
그리운 님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