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소시집
첫 비 내리는 날
자분자분 내리는 첫 비에
나무의 수액
꽃 같은 욕망 안고
뿌리에서 가지 끝까지 달려간다
첫 비 내리는 날 슬프다
깨어나 떠나야하고 헤어져야한다
흙 속에서 눈멀어도 보듬고 잘 살았는데
제 갈 길 가야하니 슬프다
죽고 죽이는 길 갈 수도 있다
먹고 먹히는 때 있을 수 있다
외롭고 험난한 길 갈 수도 있다
캄캄한 섬에서 굶주릴 수도 있다
첫 비에 누구보다 빨리
대지의 합창 듣고 싶다
희망과 꿈이 서린 야생화에게
우주의 작은 얼굴 보고 싶다
우주의 큰 미소 보고 싶다
우주의 큰 울림 듣고 싶다
점점 힘들어하는 결실의 합창
소중히 귀 기울이며
한 톨이라도 결실의 결실
손 안에 꼭 잡고 싶다, 올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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