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려 시 50선

첫비

kk고상 2011. 2. 28. 06:07

 

제38소시집

 

첫 비 내리는 날

 

 

 

자분자분 내리는 첫 비에

나무의 수액

꽃 같은 욕망 안고

뿌리에서 가지 끝까지 달려간다

 

 

첫 비 내리는 날 슬프다

깨어나 떠나야하고 헤어져야한다

흙 속에서 눈멀어도 보듬고 잘 살았는데

제 갈 길 가야하니 슬프다

 

 

죽고 죽이는 길 갈 수도 있다

먹고 먹히는 때 있을 수 있다

외롭고 험난한 길 갈 수도 있다

캄캄한 섬에서 굶주릴 수도 있다

 

 

첫 비에 누구보다 빨리

대지의 합창 듣고 싶다

희망과 꿈이 서린 야생화에게

우주의 작은 얼굴 보고 싶다

우주의 큰 미소 보고 싶다

우주의 큰 울림 듣고 싶다

 

 

점점 힘들어하는 결실의 합창

소중히 귀 기울이며

한 톨이라도 결실의 결실

손 안에 꼭 잡고 싶다, 올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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