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소시집
삶
逸麗 고상원
1
올해도 눈 많이 올 줄 알고
남대문 시장에서
털구두 털모자 오리털코트 워머입마개를 샀는디
눈다운 눈은 설날까지 없슈
추위다운 낮추위도 없슈
영하 십도 아래에서도 활보할 수 있는디
실망햇슈
기다리는 추위와 눈은 없슈
모든 게 계획대로 될 수 없지만 그래도
꾸준히 계획은 세워봐유
가끔 그 이상으로 꽃은 피고
밝은 일출과 타오르는 노을 찾아올 수 있슈
농부의 땀 이상으로 황금들 필 때 있슈
2
참 나를 찾으라 하여
코앞에 있는 것 같아
손을 뻗으면
멀어지는 참 나
멀고 먼 고행인겨
3
사람 손 타는 게 싫어
원시인처럼 사는 사람 있는디
연탄 김장김치 쌀 선물 못 주는겨
다들 쉽게 찾아가는디
어렵게 찾아가 줄 수 없는겨
4
사랑
돈 없이 할 수 있는디
왜 못하는 겨
종교도 필요 없어
입도 필요 없어
묵묵히 할 수 있어
우선 꽃 사랑부터 해봐
꽃 좀 심어봐
도라지 씨 뿌려봐
주인 없는 산과 들에 심어봐, 뿌려봐
꽃은 다 돌려줘, 다시 나눠줘
사랑으로 꽃 피워줘
5
꿈 꿀 때마다
사라지지 않는 악연
수많은 별 중
아름다운 별에 사는 꿈을 꾸면 되는디
꼭 나타나는 악연
훨훨 날아가부려, 제발
6
새가 없으면 우린 죽어부려
산을 가꾸는 새
새는 위대한 자연 가꾸는
정원사요 나무와 꽃을 심는 식물학자여
필요 없는 새가 있어
비들기와 까치여
그런디 사람은 아주 좋아하는겨
살다보면 그런 사람이 필요한겨
7
한해를 초지일관하는 꽃
산수유
노랑웃음 잃지 않고
마지막엔 노랑 아이 낳는 천사, 산수유
한겨울마다 붉은 열매로 애정표시하는디
일편단심 기다리는 님이 있나벼
아름다워부려
사랑하나벼
8
고목은 주름진 멋
은은한 멋
구수한 멋
고은 멋
굽은 멋
멋이 많은디
우리는 왜 늙을수록
멋이 없는거유
사랑하지 않아서 그래유
베풀지 않아서 그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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