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노래하는 시선/뜻시

시, 소용돌이

kk고상 2012. 10. 18. 09:22

 

 

제54소시집

 

소용돌이

             고 상 원

 

들,

메뚜기 날뛰다 짝을 찾고

한 몸으로 뒤엉켜 숨고

된장잠자리 암놈 숫놈

한 몸으로 나비처럼 날아다닐 때

달아오른 풍선구름 얼굴 붉히고

황금들 누비는 나그네

버스 창에서 튀어나와 신작로 걷고

기차에서 뛰어내려 달려 보고

할머니 생각에

쑥부쟁이 꽃 얼싸안고 울고

 

 

시월장미,

봄 보다 진한 향수 뿌리니

나비 떼 미친 듯 춤추고

시월을 신비롭게 장식하고

형형색색 꽃잎 물어뜯으며 울부짖고

가는 세월 붙들고 멈추라 하고

 

 

단풍,

느티나무가 단풍 신호탄 쏘면

다들 비틀거리고

까마득한 평야는 황금들 들이대고

당단풍 참단풍 중국단풍 고로쇠가

색시 볼처럼 불 지르고

은행나무까지 물들면

울긋불긋 미쳐 산으로 가고

대화합 가을 지진 일 때

시름과 상처 떨군

위대한 영웅 결실 잔치에

온 겨레 뜻을 같이하고

 

 

산,

온 힘을 다해 잣나무마다

송진과 잣 토하는 것을 알고

가슴과 치마 속옷까지 물들여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하는 나무들

한 상 가득히 오색으로

위대한 공양하고

 

 

사람,

가을 불 지르고

갈 때까지 가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은행나무로 갔다

느티나무로 갔다

단풍나무로 갔다

산으로 갔다

계곡으로 갔다

혼신을 다해 미치고

가을의 기적에

결실의 함성에

나를 버리고

너를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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