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소시집
소용돌이
고 상 원
들,
메뚜기 날뛰다 짝을 찾고
한 몸으로 뒤엉켜 숨고
된장잠자리 암놈 숫놈
한 몸으로 나비처럼 날아다닐 때
달아오른 풍선구름 얼굴 붉히고
황금들 누비는 나그네
버스 창에서 튀어나와 신작로 걷고
기차에서 뛰어내려 달려 보고
할머니 생각에
쑥부쟁이 꽃 얼싸안고 울고
시월장미,
봄 보다 진한 향수 뿌리니
나비 떼 미친 듯 춤추고
시월을 신비롭게 장식하고
형형색색 꽃잎 물어뜯으며 울부짖고
가는 세월 붙들고 멈추라 하고
단풍,
느티나무가 단풍 신호탄 쏘면
다들 비틀거리고
까마득한 평야는 황금들 들이대고
당단풍 참단풍 중국단풍 고로쇠가
색시 볼처럼 불 지르고
은행나무까지 물들면
울긋불긋 미쳐 산으로 가고
대화합 가을 지진 일 때
시름과 상처 떨군
위대한 영웅 결실 잔치에
온 겨레 뜻을 같이하고
산,
온 힘을 다해 잣나무마다
송진과 잣 토하는 것을 알고
가슴과 치마 속옷까지 물들여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하는 나무들
한 상 가득히 오색으로
위대한 공양하고
사람,
가을 불 지르고
갈 때까지 가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은행나무로 갔다
느티나무로 갔다
단풍나무로 갔다
산으로 갔다
계곡으로 갔다
혼신을 다해 미치고
가을의 기적에
결실의 함성에
나를 버리고
너를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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