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소시집
나는 술 앞에 바보다
나는 술 앞에 바보다
멋모르고 벗어던지는 바보다
가끔 홀가분하게 벗어던지는 자유인이다
나는 술 앞에 거지다
자신에게 술 달라 비는 거지다
나는 술 앞에 허무주의자다
스스로 자신을 무너뜨리고
파괴하고 꾸짖는 자다
나는 술 앞에 파괴주의자다
조용한 나를 무너뜨리는 자다
나는 술 앞에 모험주의자다
벼랑에도 뛰어 넘어가는 꿈을 꾸는 모험주의자다
나는 술 앞에 뻥 주의자다
뻥을 위해 거짓을 저지르는 자다
나는 술 앞에 바보다
취할수록 바보다
취할수록 아이다
취할수록 시인이다
취할수록 산이 됐다 별이 됐다
꽃이 되는 시인이다
나는 술 앞에 바보다
나는 술 앞에 본래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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