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려 시 50선

나는 술 앞에 바보다

kk고상 2012. 11. 22. 17:22

 

 

제55소시집

나는 술 앞에 바보다

 

 

나는 술 앞에 바보다

멋모르고 벗어던지는 바보다

가끔 홀가분하게 벗어던지는 자유인이다

나는 술 앞에 거지다

자신에게 술 달라 비는 거지다

나는 술 앞에 허무주의자다

스스로 자신을 무너뜨리고

파괴하고 꾸짖는 자다

나는 술 앞에 파괴주의자다

조용한 나를 무너뜨리는 자다

나는 술 앞에 모험주의자다

벼랑에도 뛰어 넘어가는 꿈을 꾸는 모험주의자다

나는 술 앞에 뻥 주의자다

뻥을 위해 거짓을 저지르는 자다

나는 술 앞에 바보다

취할수록 바보다

취할수록 아이다

취할수록 시인이다

취할수록 산이 됐다 별이 됐다

꽃이 되는 시인이다

나는 술 앞에 바보다

나는 술 앞에 본래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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