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사한 글과 사진입니다
눈 쌓인 브라이스 캐년은 처음이라
3년 전 다녀 온 브라이스캐년 가족여행기다.
그동안 비공개 상태였는데 지금 보니까 굳이 비공개로 남길 이유가 없다 싶어서 공유차원에서 공개로 전환~^^*
연재 형태로 소개한 그랜드서클 여행기에 여행지 별로 더 상세한 사진과 기록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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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 7. 일. 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눈보라치는 날씨여서 전망이 별로다.
우리가족처럼 별난(?)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한겨울 눈보라 치는 날씨에 브라이스캐년을 찾는 탐방객도 거의 없다.~ㅋ
딱히 따로 할 일도 없어서 탐방지원센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에 딸이 설피체험 프로그램을 발견하고는 저거 재밌겠다 해서 신청을 했다.
프로그램 시간이 되기를 기다려서 모인 참가자는 우리가족 3명과 유럽에서 여행 온 두 커플 등 7명이 전부다.
그렇지만 국립공원레인저는 이 겨울에 찾아 준 탐방객을 위해 성심을 다해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었다.
눈에 빠지지 않도록 신발에 덧대어 신는 설피를 차고 눈길을 이동하면서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테면 겨울 눈산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눈을 파고 들어앉아 구조를 기다리는 요령, 토끼나 쥐 등 동물들의 습성, 방향찾기 등등이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영어 설명을 못알아 들으니까 딸이 해주는 통역으로 대충 알아 먹을 뿐, 그냥 동심으로 돌아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것만으로 즐겁다.
풍경이 아무리 멋지면 뭐하나, 눈보라에 시야가 거의 갇혀버렸으니...
레인져는 겨울산에서 살아남는 대처요령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기는 한데..ㅋㅋ
내 시선은 자꾸만 자연이 빚은 걸작품인 협곡으로 향하고...
삼각대를 이용하여 프로그램 함께한 기념사진을 하나 남겼다.
이넘의 악천후 언제 벗겨지려나? ㅠㅠ
정말 열과 성을 다해 실습을 겸해 설명을 해주는 레인져
그의 열성에 비례하여 열공하는 참가자들의 진지함
눈속 깊은 구덩이를 파고 생존요령 설명
하나를 마치면 장소를 이리저리 이동하여 다른 과정 설명
설피가 아니면 허벅지 이상 빠질정도로 눈이 많이 쌓였는데 설피를 신고 살방살방 걸으면 깊이 빠지지 않는다.
토끼들이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해 눈이 쌓이면 하얀 보호색으로 변한다는 것을 열심히 설명하는 중(맞나?~ㅋ)
지금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독수리나 매 등 호시탐탐 사냥감을 노리는 맹금류에 대한 설명을 하는 중일 것이다.
어휴~~ 또 이동
체험 프로그램을 거의 마쳤는데도 날씨는 개일 기미가 없고...
시야가 흐리지만 브라이스캐년 협곡을 배경으로 다시한번 기념촬영(하지만 뭐가 보여야지 원~~)
설피체험을 마치고 가족끼리만 남았다.
하매나 하매나 기다리던 순간, 마침내 눈이 잦아들고 시야가 조금씩 확보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기는 했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어서 이제 날씨는 완전히 개었다.
먼발치에서만 바라보던 협곡 아래로의 트레킹에 나섰다.
내리막길에서 두 여자는 엉덩이 미끄럼을 타면서 신바람이 났다.
내려가는만큼 올라갈 때 힘들 것임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거늘 일단 재미에 빠지니까 그런 것은 나중 일이었다.
다른 인적이 아무도 없는, 완전 전세낸것과 같은 기분을 만끽하면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겨울해는 짧아서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돌아갈 길을 걱정하지 않고 마냥 즐기다가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아내와 딸은 부지런히 올라가라 하고는 나는 늦더라도 어둠내리는 풍경들을 놓치지 않고 담았다.
2010. 2. 8. 월 / 맑은 날 다시찾은 브라이스캐년
비나 눈이 내리고 나서 하늘이 개이면 그 경치가 어떤지는 숱한 산행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는 바다.
만약 새벽에 날씨가 좋아진다면 폭설 때문에 하루를 더 묵게 된 것이 전화위복이 될 것이었다.
다음날 새벽 하늘이 맑지는 않았지만 드문 드문 별이 보였기 때문에 혼자 살그머니 숙소를 빠져나와 썬라이즈 포인트로 달려갔다.
이러한 내 극성스러움(?)에 대한 보답은 기대 이상으로 돌아왔다.
아침햇살에 빛나는 브라이스캐년, 적당할 정도의 적설량으로 인해 더욱 눈부신 브라이스캐년 절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새롭게 눈이 덮여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위에 내 발자국을 찍으며, 이 광할한 대자연의 파노라마를 나 혼자 독점적으로 보고 있다니!
아침햇살을 받아 더욱 붉은 빛을 띠는 황토 조형물과 눈이 부실정도로 하얀 눈, 그리고 간간이 드러나는 파란하늘의 조화
한번 다녀왔으면 됐지 그 먼길을 왜 또 가냐고 푸념하던 아내와 딸의 의견을 무시하고 고집을 부렸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눈덮인 브라이스캐년을 꼭 봐야겠다고 고집을 피운 소원풀이를 한 셈이다.
그것도 폭설때문에 하루를 더 묵게되는 댓가를 치르면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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