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소시집
남대문시장
고 상
곤니찌와
리아마
헬로
뭐든지 돈으로 만드는 시장냄새
나만 가면 일본말로 사라하고
중국산 가방과 옷 뒹굴고
인도산 고사리 뒹굴고
일본말 중국말 뒹굴고
달라 파는 이북할머니와
피를 팔던 지게꾼
밥장사 아줌마가 뿌린 씨앗이
질긴 뿌리가 되어
막 싹트자마자 무럭무럭 자라는
액세서리 아동복 청바지
남대문에서 칠레까지 아프리카까지 아메리카까지
무섭게 뻗어 간다는데
분주한 골목에서
찰 보리밥 먹고 칼국수 먹고
오천 원 주고 사라지는 내게
나만 가면 배고프고 춥다고
일본말로 매달리는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