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고상원
화가나도 참고
머리 아파도 참습니다
새벽에 참새가 일어나면
나도 일어나 웃으며
산보로 훨훨 날아다닙니다
땡볕인데
큰 지렁이는 참지 못하고
기어나와 자살하고 있습니다
마음까지 타드는데
재난본부에서 문자까지 날아옵니다
외출 삼가하고
몸조심하라고 말입니다
솔잎이 마를까봐
동백잎이 타들어갈까봐
란잎이 말라죽을까봐 걱정하는데
하란꽃송이 둘 올라왔습니다
땡볕에서
들판에 벼이삭도 올라올 것입니다
포도알도 잘 익고 있다합니다
은행도,
도토리, 상수리도 ,잘 익고 있습니다
땡볕을 피하려고 아우성치는 사이
결실은 맺고 성숙하니
음과양의 조화인가 봅니다
밤송이가 매달리는 사이
땡볕이 몰아쳐 절정이니
큰 결실 다 맺어주고 떠나려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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