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려 시 50선

산을 갖는다 38

kk고상 2009. 7. 20. 17:28

 

           

                                       

 

 

 

                                                      산을 갖는다 38

 

 

 

 

 

 

 

 

 

여보게, 친구

한겨울 산은 넓은 가슴을

하늘에 열어주었지

멍들고 슬픈 자, 뿌리에 잠들게 하고

몸통은 하늘에 맡겼지

우리는 넓은 가슴을 내 것처럼

밟고 다녔지

산 냄새도 없는데 동박새 따라

산속으로 파고들었지

겨울엔 팔다리가 없는 산이지만

가슴 아프고 조릴 땐 편안한 말 걸었지

여보게, 친구

진달래꽃이 우릴 깨우네

일어나 땀 흘릴 채비해야겠네

바위틈에서 자란 여린 가지에서

질기고 밝은 땀냄새가 나네

인내와 끈기로 산을 오르면

험난한 산도 다 내주는데

자신감으로 출발해보세

흐르는 물은 소리를 내고

흐르지 않는 물은 썩지 않는가

나이는 버리고 꽃바람 타고

한 발짝씩 목표를 향하여 디뎌보세

눈멀어도 걸을 수 있고

팔다리 없어도 온 몸으로

손짓발짓 다 할 수 있지 않은가

우리에게 걸림돌은 없네

외로우면 서로 부르고

즐거우면 달려가세

끝이 보이지 않으면

멈춰서 뒤를 돌아보세

출발점은 보이지않겠나

그것이 끝이라네,친구

'일려 시 50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면사포 쓴 백련 한 송이  (0) 2009.07.26
산을 갖는다 56  (0) 2009.07.23
  (0) 2009.07.20
허 물  (0) 2009.07.20
가을 울음  (0) 2009.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