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소시집
우이령고개
왕모래 밟는 소리 좋다
잔설 밟는 소리 좋다
질퍼덕거리는 소리 좋다
아스팔트 흙먼지 훨훨 털려가는 소리 좋다
매운바람 맞고 풍년 꽃 맺히니 좋다
버들 꽃 웃음소리 좋다
고개 넘지 못한 채 되돌아오는 바람과
앞뒤 안보고 달려가는 바람이
피 터지게 싸우며 헐뜯는 소리 시원하다
싸우는 순간 잠잠하니 화해하여 좋다
밝은 물소리와 반가운 새소리에 뜨거운 피
철철 흐르니 좋다
정리 못한 무거운 짐
물살 타고 잘 내려가니 좋다
겨우내 다물었던 입 열고
맑게 할 말 다하는 물소리 시원하니 좋다
우이령고개 넘나들었던 봇짐장사 생각하니 좋다
오형제봉이 산적이라 생각하니 좋다
오봉에 다 털리고 가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