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소시집
서울역
서울역 빈 다리에서
얼굴 없이 햇볕 붙들고 사는
쓸쓸한 사람들아
무거운 근심걱정 내려놓고
쉽게 웃으며 떠나라
동서남북으로 다들 웃으며 떠나는데
한 줌 햇살 잡으면 무엇 하나
밤에 캄캄한 허공 붙들고
신음하면 무엇 하나
무거운 짐 햇볕에 적당히 말리고
홑몸으로 가볍게 떠나라
비에 젖고 추위에 얼면
생각이 무거워지니
홑몸으로 쉽게 떠나라
서울역에 한이 쌓이면
다들 웃으며 떠날 수 없다
얼굴 없는 입 다문 사람들아
쉽게 웃으며 떠나라
봄에 씨 뿌릴 때
봄바람 타고 웃으며 떠나라
*강화도 고려산 백련사의 흰 진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