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소시집
물러가는 비구름아
물러가는 비구름아
나도 떠나고 싶다
산 능선 따라
푸르고 깊은 파도 타며
목마른 땅에 젖을 주고
흙에서 솟아오르는
신비의 생명과 손잡고 싶다
백로는 따라 오지마라
육백년 묵은 소나무 곁에서
등 굽은 농부 돌보거라
비구름아
설악 소청봉에 머물고
영원한 청춘이 흐르는
신선봉 오르내리며
선녀 꼭 만나고 싶다
화진포에서 울진까지
파도와 손잡고 순례하고 싶다
오체투지하고
울진 금강소나무에 흠뻑 젖을 주고
학이 되어 아무르강 누비고 싶다
떠나가는 비구름아
나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