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노래하는 시선/선시

질긴 생명들

kk고상 2012. 6. 30. 02:55

 

 

제51소시집

질긴 생명들

 

 

 

 

 

 

욕망이 솟아올라

핵폭탄 만들고

우주선 띄우고

아파트 하늘로 올라갈수록

더 춥고 더 덥고 더 가물고

더 강해진다

강해지면 부러진다

질긴 생명들 충고다

 

질긴 생명들

엷게 산다

쓰러질 듯 산다

툭, 치면 뽑힌다

탁, 치면 쓰러진다

약하게 산다

부드럽게 산다

깊은 산골에서 사는 것도 아니다

높은 곳에서 사는 것도 아니다

 

보라

상추다

들국화다

 

철길 옆에 주인 잃은

해 넘긴 상추 보라

물주는 이 아무도 없다

땡볕에 몸땡이 다 태우며 잘 산다

집 뜰에서 잘 사는 들국화 보라

화초는 아침마다 물 다 주는데

물 안줘도 키 잘 크고

잎 싱싱하게 사니 부럽다

 

보라

104여 년만의 가뭄을 비웃는다

50여 년만의 혹한을 비웃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물리치고

물이 바위를 부수고

쇠를 부러뜨리는 힘은

한 포기 상추와 들국화의 참선이다

왜장을 굴복시킨 사명대사의 참선이다

下心이다

 

보라

백년 가뭄을 물리치는 부드러운 생명들을

질긴 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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