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소시집
질긴 생명들
욕망이 솟아올라
핵폭탄 만들고
우주선 띄우고
아파트 하늘로 올라갈수록
더 춥고 더 덥고 더 가물고
더 강해진다
강해지면 부러진다
질긴 생명들 충고다
질긴 생명들
엷게 산다
쓰러질 듯 산다
툭, 치면 뽑힌다
탁, 치면 쓰러진다
약하게 산다
부드럽게 산다
깊은 산골에서 사는 것도 아니다
높은 곳에서 사는 것도 아니다
보라
상추다
들국화다
철길 옆에 주인 잃은
해 넘긴 상추 보라
물주는 이 아무도 없다
땡볕에 몸땡이 다 태우며 잘 산다
집 뜰에서 잘 사는 들국화 보라
화초는 아침마다 물 다 주는데
물 안줘도 키 잘 크고
잎 싱싱하게 사니 부럽다
보라
104여 년만의 가뭄을 비웃는다
50여 년만의 혹한을 비웃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물리치고
물이 바위를 부수고
쇠를 부러뜨리는 힘은
한 포기 상추와 들국화의 참선이다
왜장을 굴복시킨 사명대사의 참선이다
下心이다
보라
백년 가뭄을 물리치는 부드러운 생명들을
질긴 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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