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소시집
산을 갖는다• 84
—봄의 정상에서
벚꽃이 터질 때도 몰랐다
처녀치마 꽃 필 때도 몰랐다
우아하고 신기한 꽃이 주인인 줄 알았다
자연나라 주인은 산이다
지쳐 있을 때
산이 일어나
산이 봄의 정상을 지켜주었다
말라비틀어진 가지에서
꽃이 만발하고
꽃보다 화사한 연초록 잎이
툭툭 튀어나오더니
산철쭉 죽어가던 가지에서
10년 전 보았던 그대와 꼭 닮은
산처녀가 피어올라 발길을 잡고
자벌레까지 봄맞이하고
어느새 꾀꼬리 암놈 노래
남풍 타고 귓문을 열 때
산새들 하모니카 부는 순간
생명을 잉태하는 거룩한 5월에
봄의 절정 산골짜기마다 가득하다
산마다 봄의 정상에 있다
올바른 일하고
헐벗은 곳에서 사는 것들이기에
또렷하고 떳떳하게 봄의 정상에 서있다
한해를 밝히는 절정의 만남에서
마음을 가장 아름답게 물들이는 산
산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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