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노래하는 시선/선시

禪 詩, 시원하다

kk고상 2013. 7. 10. 17:00

 

 

 

 

 

제63소시집

 

 

 

시원하다

 

 

 

천둥번개에 놀라

한밤을 설치다

새벽잠에서 깨어보니

고요한 아침이다

더위가 없는 흐린 날씨에 반해

오랜만에 산책길 걸어보니

복이 넘쳐오는 것 같아

기다리던 의자에 앉아

널부러진 마지막 살구열매와 열애하다

수줍어하는 눈빛에 반해 못 떠나는데

천둥번개에 비 마구 퍼부어

귀가를 서두르며 걸으니

큰 지렁이들

팔자 좋게 나와

알몸으로 비를 맞고 있다

나도 용기를 내어

온 몸을 비에 맡기고

쏟아지는 비를 흠뻑 맞으니

그동안 쌓인 가래 토해내고

발가숭이 지렁이가 되어버렸다

마음을 비워야겠네

다 내려놓아야겠네

비 쏟아지는 날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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