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소시집
시원하다
천둥번개에 놀라
한밤을 설치다
새벽잠에서 깨어보니
고요한 아침이다
더위가 없는 흐린 날씨에 반해
오랜만에 산책길 걸어보니
복이 넘쳐오는 것 같아
기다리던 의자에 앉아
널부러진 마지막 살구열매와 열애하다
수줍어하는 눈빛에 반해 못 떠나는데
천둥번개에 비 마구 퍼부어
귀가를 서두르며 걸으니
큰 지렁이들
팔자 좋게 나와
알몸으로 비를 맞고 있다
나도 용기를 내어
온 몸을 비에 맡기고
쏟아지는 비를 흠뻑 맞으니
그동안 쌓인 가래 토해내고
발가숭이 지렁이가 되어버렸다
마음을 비워야겠네
다 내려놓아야겠네
비 쏟아지는 날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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