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소시집
동백꽃 한 송이 터트리는 날에
일려 고 상
친구가 세상을 떠난 다음 날
미세 먼지 뒤집어쓴 채
나쁜 놈, 바보 같은 놈하고
울먹이며 거리를 헤멨는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옥동자보다 반가운 요놈
마루 불빛에 비친 요놈
막걸리 먹이고 쓰다듬어 줬는데
순산했구나
내 마음의 횃불이구나
기쁨의 등불
슬픔의 등불
켜켜이 쌓인 슬픔 녹이고
그 기쁨 뽑아내
한 올 한 올 벗으며
농익은 붉은 입술 흐르니
네 안에 있는 달콤한 속세
내 안으로 와 어둠을 벗기는구나
막 떠난 친구도 기뻐하겠구나
사람 한 송이 지고
꽃 한 송이 피어나
겨울 내내 나를 지켜줄
노란 눈동자에 붉은 입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