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려 시 50선

동백꽃 한 송이 터트리는 날에

kk고상 2013. 12. 11. 04:32

 

 

제67소시집

 

동백꽃 한 송이 터트리는 날에

   일려 고 상

 

 

 

 

 

친구가 세상을 떠난 다음 날

미세 먼지 뒤집어쓴 채

나쁜 놈, 바보 같은 놈하고

울먹이며 거리를 헤멨는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옥동자보다 반가운 요놈

마루 불빛에 비친 요놈

막걸리 먹이고 쓰다듬어 줬는데

 

순산했구나

내 마음의 횃불이구나

기쁨의 등불

 슬픔의 등불

 

켜켜이 쌓인 슬픔 녹이고

그 기쁨 뽑아내

한 올 한 올  벗으며

농익은 붉은 입술 흐르니

 

네 안에 있는 달콤한 속세

내 안으로 와 어둠을 벗기는구나

 

막 떠난 친구도 기뻐하겠구나

사람 한 송이 지고

꽃  한 송이 피어나

 

겨울 내내 나를 지켜줄 

노란 눈동자에 붉은 입술

 

 

 

 

 

 

 

 

'일려 시 50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꽃  (0) 2013.12.26
일출  (0) 2013.12.19
첫눈을 맞으며  (0) 2013.11.19
바람났나봐  (0) 2013.11.06
단풍의 함~ 逸麗詩  (0) 2013.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