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소시집
산수유꽃 눈 뜨는 날에
고상
들고양이 임신했다
달 임신했다
찌빠꾸리 임신했다
깨달음 임신했다
산수유꽃 눈 뜨는 날에
새 생명 잉태할 것이다
햇살이 바쁘다
산모들 배 어루만지고 있다
그윽한 태아의 울음
눈에 선하다
서서히 피어날 산수유꽃
눈에 선하게 들리는
천리만리까지 울려 퍼지는
종소리 같은 갓 태어난 아가의 소리
골짜기마다 촉촉하다
돈오점수(頓悟漸修)다
빨리 달아오르면 빨리 식는다
올해도 단단하고
살가운 멋 풍기며
토실토실한 결실 맺길
달아오르는 산수유에게
매일 곱게 절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