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소시집
설악을 오르며
逸麗 고 상 원
설악을 오르며
옳지 못하게 살았던 삶이 떠올라
용서를 빕니다
후회스럽게 살았던 삶이 떠올라
또 용서를 빕니다
불행했던 삶이 잠시 떠올라
눈시울 붉어집니다
철저히 살았던 삶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행복하게 살았던 삶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신이 거주하는 설악봉우리 때문입니다
햇살이 빚은 오색단풍 때문입니다
햇살이 품고 가는 물살 때문입니다
설악의 속살은 변화무쌍합니다
신의 속살였다, 사랑하고 싶은 여인의 속살였다
선녀의 것이었다, 익은 감의 것이었다
비구니 스님의 것이었다 농부의 것이었다
下心의 것이었다
無心의 것이었다
解脫의 것이었다
설악의 속살로 다시 돌아옵니다
2009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