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섬기고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 입니다
제33소시집
시월이 가는 날
눈부셨다
반가웠다
농부의 땀 기적 이었다
신이 흘린 땀 처음 이었다
시월이 가는 날
빈들 앞에서
다 잊었다
본 것이 없다
황홀한 적 없다
사랑한 적 없다
스쳐지나간 것뿐이다
지을 수 없는 이별뿐이다
불씨는 남아있다
불씨는 뜨거운 인연이다
빈들에 기러기 찾아왔을 때
쪼아 먹는 낱알 속에
다시 뜨거운 만남이 있다
빈들에 감국 꽃이 피어오를 때
뜨거운 인연이 타오르고 있다
그대와 이별한 적 없다
이별은 큰자국을 남겼다
곁에 있을 때는 몰랐던 사랑이다
영원한 사랑이다
형체가 사라졌을 때 생기는 그리운 사랑
황금들판의 미소
화려한 풍요의 퇴장은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있다 , 그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