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려 시 50선

아침마다 노을 먹다

kk고상 2009. 11. 17. 04:07

제33소시집

                                           

                                            아침마다 노을 먹다  

 

  

 

 

 

 

 

발갛게 달아오른 홍시가 노을이다

노을은 겉과 속이 하나다

속을 감추고 사는 자와

속을 속이고 사는 자는

겉과 속이 한 몸인 홍시를

함부로 삼키지 마라

붉게 익은 노을 속에는

허와 실이 하나다

속과 겉이 空이다

사랑과 이별이 하나다

삶의 소용돌이와 여유도 하나다

깊은 강물은 늘 사뿐히 흐르니

겉과 속이 하나다

깊은 속을 지닌 자도

흔들림 없이 겉과 속이 하나다

가을이 흠뻑 묻어 있는 노을

험한 비바람에 휘둘리고 살아나

이침마다 그저 달콤히 먹히는 홍시다

먹는 자와 먹히는 자, 달콤한 하나다

낮과 밤도 하나다

하늘과 땅도 하나다

삶과 죽음도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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