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소시집
이천 십년 오월은 푸르다
逸 麗
큰 소리 치지마라
아는 체 하지마라
체 하지마라
下心해라
남녘에서 제자리로 갓 돌아온
제비부부의 뜨거운 메시지 같기도 하고
아카시아 꽃 피기 전 자리다툼하는
철새들의 꾸중 같기도 한데
초겨울 날씨 같기도 하고
초봄 날씨답기도 하고
초여름 날씨이기도 한데
산새의 훈시만 귓가에 맴돈다
꽃은 피고 내음은 나는데 꿀벌은 없다
분명 오월인데 여름은 달려왔다
막을 수도 없고 멈출 수도 없다
숲은 산새를 위해 푸르다
오늘은 여름이지만 내일은 봄일 희망은 있다
내일은 봄 또 내일은 봄일 희망은 있다
산속 라일락이 봄을 지킨다
오월은 비틀거려도 아직 여름은 아니다
봄은 보이지 않지만 봄바람 탄 오월은 푸르다
생채기 지구는 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