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소시집
산을 갖는다 61
등 굽은 채로 수백 년
죽은 채로 수백 년
활엽수 천국 덕유여
구름 속에서 잘 살아가는구나
있는 그대로 떳떳이
한 뿌리 한 줄기 다툼 없이
한 줄기 한 뿌리 땀 흘리며
비옥한 땅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구나
처음으로 마주친 공생
같은 장소에서 피어난 주목과 신갈나무
기적 같이 사는 모습 아릅답구나
덕유의 마음이구나
잘 살려고 화장하고 수다스런 삶 부끄럽구나
흔들리면 피하려고 발버둥친 삶 부끄럽구나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고 허둥대는 삶 안타갑구나
가슴앓이 채로 수백 년
이별한 채로 수백 년
세월이 흐를수록 아름답구나, 덕유여
울음이 들리면 젖을 주고
비바람 치면 맞아주는 삶
덕유산에 신선이 널려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