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소시집
겨 울
한 발도 용서하지 않는 매서운 겨울입니다
한 번의 실수로 추락하는 쓸쓸한 겨울입니다
입 닫고 귀 막고 눈 감고
지상의 것 다 버리고
뿌리와 흙 속으로 다 들어가면
겨울은 생명을 돌보고 지난 일 용서합니다
흙 속에는 생명이 다시 피어나
다습한 더위에 헤어나지 못할 때
벼는 황금색으로 스스로 익어가고
사과도 스스로 붉어질 겁니다
언 땅에서 겨울은 진리를 낳고
천년 깨달음의 꽃 피우는데
눈 먼 우린 볼 수 없습니다
지상의 것 다 버리고 흙속에 가버리면
우리네 生은 끝납니다
함박 눈 내리는 날
겨울은 벼랑에서 용서합니다
겨울은 눈을 뜨라합니다
귀를 활짝 열라합니다
진흙 속에 진주 찾으라합니다
허공에서 진리 찾으라합니다
겨울은 시베리아 벌판으로 달려가
자작나무 몸통 속에서 몸부림치라합니다
2010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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