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소시집
그 할머니
곱고 맑은 얼굴로
절 봉고차에서 처음 뵙던 그 할머니
승복을 입은 깔끔한 보살님, 사랑을 잃고
따뜻한 햇살 찾던 그 할머니
첫 말문을 열 때
첫 탁발*은
천원만 주세요, 천원만
가늘고 부끄럼 타는 아기소리 이었다
문득 깨달음이
그 할머니는
관세음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이시다
빗자루 들고 산행 길 쓸고 닦는
작은 선행이 몸에 밴 그 할머니
바위자락에서 서성이고 계셨다
북한산 문수봉에 그 할머니 서계시다
사랑 치매 병에 걸려, 그 할머니
그 할아버지 찾아 떠나셨다
그 할아버지는 아미타불이다
그 할머니는 문수보살이다
*도를 닦는 중이 경문(經文)을 외면서 집집마다 다니며 동냥하는 일. 가장 간단한 생활을 표방하는 동시에 아집(我執)과 아만(我慢)을 없애고, 보시하는 이의 복덕을 길러 주는 공덕이 있다고 하여 부처 당시부터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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