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소시집
굴
갯바위에서 태어나
입을 열면 죽기에
입을 꼭 다물고
침묵으로 인내하며 사는 삶
굴은 억울하다
굴 따는 할머니 다가와
쇠칼쿠리로 입을 째고
온몸 실고 갈 때
굴은 보시하는 것이니
보름달은 뜨고 별은 눈 흘린다
한 톨의 죄도 없는데
평생 금식하고 바다이야기와 바닷물로
목 축여야 하는 삶
굴은 정말 억울하다
침묵으로 우주를 흔들고
바다를 움직일 수 있는
바다보다 큰 바다
산보다 큰 산이 보일 때
침묵은 속을 열어재친다
침묵의 결실이다
굴은 큰 스님의 밥이다
침묵은 깨달음의 밥이다
페루 마추피추
콘도르 새가 날고 있는 모습이다
신성시 하는 새의 형상으로 설계된 도시라 놀랍다
침묵 속에 페루 잉카제국의 건축미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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