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려 시 50선

kk고상 2010. 12. 1. 09:25

제37소시집

                                                      굴

 

 

 

 

 

갯바위에서 태어나

입을 열면 죽기에

입을 꼭 다물고

침묵으로 인내하며 사는 삶

굴은 억울하다

 

굴 따는 할머니 다가와

쇠칼쿠리로 입을 째고

온몸 실고 갈 때

굴은 보시하는 것이니

보름달은 뜨고 별은 눈 흘린다

 

한 톨의 죄도 없는데

평생 금식하고 바다이야기와 바닷물로

 

목 축여야 하는 삶

굴은 정말 억울하다

 

침묵으로 우주를 흔들고

바다를 움직일 수 있는

바다보다 큰 바다

산보다 큰 산이 보일 때

침묵은 속을 열어재친다

침묵의 결실이다

 

굴은 큰 스님의 밥이다

침묵은 깨달음의 밥이다

 

 

 

 

 

 

페루 마추피추

콘도르 새가 날고 있는 모습이다

신성시 하는 새의 형상으로 설계된 도시라 놀랍다

침묵 속에 페루 잉카제국의 건축미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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