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려 시 50선

겨울

kk고상 2010. 12. 4. 12:31

 

제37소시집

겨 울

 

 

 

 

 

한 발도 용서하지 않는 매서운 겨울입니다

한 번의 실수로 추락하는 쓸쓸한 겨울입니다

입 닫고 귀 막고 눈 감고

지상의 것 다 버리고

뿌리와 흙 속으로 다 들어가면

겨울은 생명을 돌보고 지난 일 용서합니다

흙 속에는 생명이 다시 피어나

다습한 더위에 헤어나지 못할 때

 

 

벼는 황금색으로 스스로 익어가고

사과도 스스로 붉어질 겁니다

언 땅에서 겨울은 진리를 낳고

천년 깨달음의 꽃 피우는데

눈 먼 우린 볼 수 없습니다

 

지상의 것 다 버리고 흙속에 가버리면

우리네 生은 끝납니다

함박 눈 내리는 날

겨울은 벼랑에서 용서합니다

겨울은 눈을 뜨라합니다

귀를 활짝 열라합니다

진흙 속에 진주 찾으라합니다

허공에서 진리 찾으라합니다

겨울은 시베리아 벌판으로 달려가

자작나무 몸통 속에서 몸부림치라합니다

 

 

 

 

2010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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