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소시집
그 노숙자
서울역 지하칸에서 해탈한 그 노숙자
우리동네 산책로까지 내려와
두려움 없이 자유 누리고
참매미와 낮잠을 즐기는 그 익은 젊은 이
어는 날 시립도서관까지 내려와
속 깊이 채우려 책을 열심히 먹는다
한 여름인데 긴 점퍼 입고
속이 깊어 속 안보여주는 그 노숙자
무서운 어둠과 매서운 이웃 이기고
훨훨 날아다니는 그 노숙자
신선한 자유 함박 마시며 우뚝 서있다
잠자리와 양식이 저 멀리 달아나 있어도
도서관으로 산으로 벌판으로 우뚝 서있다
무더위와 강추위에 시달리며 떨고 있는 우리네 삶
자유가 있어도 자유를 즐기지 못하고
진리를 손안에 두고도 깨닫지 못한 채
눈앞 현란한 불빛에 속으며 살고 있다며
느티나무에서 말매미가 소리소리 내지르고 있다
2010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