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려 시 50선

영글다

kk고상 2014. 10. 8. 05:04

 

 

 

제74소시집

영글다

고 상

 

산이 영글다

대지가 영글다

하늘과 땀이 영글다

행복이 영글다

슬픔이 영글다

 

올 봄에 올챙이가 개구리 되어

가슴 피게하고 심장을 뛰게했던 개구리 울음이

눈에 선한데

벼 숲에서 그 개구리 영글어

영혼까지 울게 탱고 추자고 소매 붙들다

 

농부가 웃다

산이 웃다

대지가 웃다

하늘이 웃다

 

평생 영글지 못해

황금들에 넋을 놓고

우러러보는 사마귀 한 마리

논길에서 쓰러져

물끄러미 낮달만 쳐다보다

 

농부도 영글지 못해

메뚜기 날뛰듯 안달이다

유난히 대풍인 줄 알고

영혼까지 갇혀 사는 아파트 사람들도

산과 들에 매달려 안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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