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소시집
영글다
고 상
산이 영글다
대지가 영글다
하늘과 땀이 영글다
행복이 영글다
슬픔이 영글다
올 봄에 올챙이가 개구리 되어
가슴 피게하고 심장을 뛰게했던 개구리 울음이
눈에 선한데
벼 숲에서 그 개구리 영글어
영혼까지 울게 탱고 추자고 소매 붙들다
농부가 웃다
산이 웃다
대지가 웃다
하늘이 웃다
평생 영글지 못해
황금들에 넋을 놓고
우러러보는 사마귀 한 마리
논길에서 쓰러져
물끄러미 낮달만 쳐다보다
농부도 영글지 못해
메뚜기 날뛰듯 안달이다
유난히 대풍인 줄 알고
영혼까지 갇혀 사는 아파트 사람들도
산과 들에 매달려 안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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