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소시집
한 해를 뒤돌아보며
일려 고 상 원
한 해를 뒤돌아보면 한 것이 하나도 없다
한 달을 뒤돌아보면 가물가물하다
한 주를 뒤돌아보면 조금 씩 보이다
어제 하루를 보면 사물거리다
어제 같이 한 해를 들여다보자
밥 세끼 먹느라 고생했고
희망을 걸고
오르고 또 오르다 내려오고
또 오르고 또 내려오고
뜨거운 여름에 세여인* 만나 즐거웠고
맹꽁이 합창 듣고 반가웠고
금강초롱꽃 방생하느라 수고했고
좋은 친구 만나려고 수고했지만 못 만났고
무안에서 왔다던 불쌍한 할머니에게 격려금 줬고
손수레 끄는 할아버지는 못 주었고
맥문동 씨 이웃집 뜰에 방생했고
노랑매발톱꽃 씨도 여기저기 방생했고
금붕어 방생한 연못도 잘 있고
고향 할머니 묘 뜰에
코스모스 소나무묘목 야생화들 대추나무 잘 있고
큰부채꽃 잘 퍼지고
백두산 천지와 광개토태왕 능은 불쌍해죽겠고
한 일이 이렇게 끝없이 나오는데
순간순간에 매달려
열심히 살자
외롭게 살자
절벽 노송처럼
시베리아 황새처럼
가장 큰 일은 폭주가인 내가 술을 졸업했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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