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려 시 50선

한해를 뒤돌아보며

kk고상 2014. 12. 26. 17:04

 

 

제76소시집

한 해를 뒤돌아보며

일려 고 상 원

 

 

한 해를 뒤돌아보면 한 것이 하나도 없다

한 달을 뒤돌아보면 가물가물하다

한 주를 뒤돌아보면 조금 씩 보이다

어제 하루를 보면 사물거리다

어제 같이 한 해를 들여다보자

밥 세끼 먹느라 고생했고

희망을 걸고

오르고 또 오르다 내려오고

또 오르고 또 내려오고

뜨거운 여름에 세여인* 만나 즐거웠고

맹꽁이 합창 듣고 반가웠고

금강초롱꽃 방생하느라 수고했고

좋은 친구 만나려고 수고했지만 못 만났고

무안에서 왔다던 불쌍한 할머니에게 격려금 줬고

손수레 끄는 할아버지는 못 주었고

맥문동 씨 이웃집 뜰에 방생했고

노랑매발톱꽃 씨도 여기저기 방생했고

금붕어 방생한 연못도 잘 있고

고향 할머니 묘 뜰에

코스모스 소나무묘목 야생화들 대추나무 잘 있고

큰부채꽃 잘 퍼지고

백두산 천지와 광개토태왕 능은 불쌍해죽겠고

한 일이 이렇게 끝없이 나오는데

순간순간에 매달려

열심히 살자

외롭게 살자

절벽 노송처럼

시베리아 황새처럼

가장 큰 일은 폭주가인 내가 술을 졸업했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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