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소시집
억새풀은 울지 않다
속이 없는 억새는
흔들리는 아픔은 얘기 안하고
튼튼한 조상의 뿌리 얘기로 사내요
머리가 희고
몸이 늙어도
조상의 뿌리 덕으로 잘 사네요
꽃이 다 지고 없어도
있는 것처럼
바람을 등지고 해와 함께 잘 사내요
자연을 노래하는 민족시인입니다
속이 텅 비어 있어도
꼿꼿이 잘 사내요
속이 없어 火刑을 당해도
튼튼한 뿌리 덕에 잘 사내요
매서운 바람 맞이하며
흔들려도 잘 사내요
속으론 가끔 비명을 내지르지만
조상의 깊은 뿌리 덕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