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려 시 50선

또 다른 나

kk고상 2011. 1. 14. 08:25

 

제38소시집

또 다른 나

 

 

 

 

 

 

5일 장터

푸릇파릇 고향에서 본 듯한 파래김 한 봉지

홍도에서 본 듯한 미역 한 봉지

고향 과수원에서 본 듯한 사과 한 봉지

왕멸치 전어새끼 말린 거 살 듯 말 듯 포기

입마개 고르다고르다 포기

칠백 원짜리 호떡 하나 먹고

달래나물 발견하고 오케이

새우젓국에 넣을 늙은 호박 찾다찾다 포기

손만두집 국수틀집 선지육간집 민물고기집 통과통과

종착지 순대국밥집 도착

친구친구와 노랑 막걸리 주전자 4개

텅 빈 속에 마구 쏟아 붓고

삼만 삼천 원 오케이

 

 

다방이란 간판에 이끌려

낡은 건물 지하 미로로 이동

길림 할빈 출신 다방

윤봉길 의사 모른단다

커피 다섯 잔에 만 오천 원 오케이

구백 원짜리 전철 타고 노을과 눈 구경 오케이

원릉 금촌 파주 문산 거쳐 일산 풍산 통과통과

막걸리만 쏟아 부은 실없는 슬픈 욕망

노을에 팔고 오케이오케이

 한밤 제로에 깨어

잠 들기 위해  새벽 4시 반 까지

영혼을 뒤척이며 쓴 일기시인데 재밌다

자가당착성 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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