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소시집
또 다른 나
5일 장터
푸릇파릇 고향에서 본 듯한 파래김 한 봉지
홍도에서 본 듯한 미역 한 봉지
고향 과수원에서 본 듯한 사과 한 봉지
왕멸치 전어새끼 말린 거 살 듯 말 듯 포기
입마개 고르다고르다 포기
칠백 원짜리 호떡 하나 먹고
달래나물 발견하고 오케이
새우젓국에 넣을 늙은 호박 찾다찾다 포기
손만두집 국수틀집 선지육간집 민물고기집 통과통과
종착지 순대국밥집 도착
친구친구와 노랑 막걸리 주전자 4개
텅 빈 속에 마구 쏟아 붓고
삼만 삼천 원 오케이
다방이란 간판에 이끌려
낡은 건물 지하 미로로 이동
길림 할빈 출신 다방
윤봉길 의사 모른단다
커피 다섯 잔에 만 오천 원 오케이
구백 원짜리 전철 타고 노을과 눈 구경 오케이
원릉 금촌 파주 문산 거쳐 일산 풍산 통과통과
막걸리만 쏟아 부은 실없는 슬픈 욕망
노을에 팔고 오케이오케이
한밤 제로에 깨어
잠 들기 위해 새벽 4시 반 까지
영혼을 뒤척이며 쓴 일기시인데 재밌다
자가당착성 미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