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소시집
12월이 흘러가는 겨
배고픈 듯
꼬르르 꼬르락 거리는데
배불리 먹고 가면 안 되는 겨
할 일이 만찬아
한 해 우여곡절
다 씻고 가면 안 되는 겨
다 삭히고 가면 안 되는 겨
꼬리라도 남기고 가면 안 되는 겨
설악 소청봉 자작나무는 다 털고 털려도
본체와 본마음은 머물고 있는데
12월 본마음도
잔바람에 출렁이며 머물고 있는데
머물듯 서있으면 안 되는 겨
12월의 호수 속에서
별빛이 보람차게 어울리며
먹구름 걷어내고 잘 사는데
긴 밤에 달빛이 열애하는데
청둥오리는 햇살 먹고
12월의 찬가 열창하는데
그냥 흘러가는 겨
머물듯 울고 가면 안 되는 겨
한 해 울음보 터트리고 가면 안 되는 겨
'자연을 노래하는 시선 > 선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을 감으면~ 선시 (0) | 2014.10.15 |
---|---|
선시~길을 걷다 (0) | 2014.06.23 |
해가 뜨면 처음사랑도 뜬다 (0) | 2013.12.21 |
나도 冬安居하고 싶다 (0) | 2013.11.29 |
선시~ 밤송이 둘 (0) | 2013.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