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소시집
나도 동안거하고 싶다
逸麗 고 상 원
그동안 뱉어 왔던 말과 행동을
묵언정진 동안거하며
찧고 빻고 거르고 갈고 닦아
비웃는 자에게 웃게 하고
비겁한 자에게 올곧게 하고
삐딱한 자 바로 세우며
후회스런 일 삭히고 썩혀
밑거름 되고
뿌리로 내려가
근본으로 내려가
마침내 자아를 찾아
썩은 물 흙탕물 가리지 않고 피어나
만인이 좋아하는 연꽃이 되고 싶다
땡볕이 내리쬐고 서성일 때는
나도 하안거하고 싶다
한 마리 풀벌레 되어
한 포기 풀이 되어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뿌리로 내려가
근본으로 내려가
속을 들여다보며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자연을 벗 삼아
물소리 바람소리 듣고 싶다
마지막엔 반딧불 되어
아주 작은 깨달음으로
세상을 밝히고 싶다
'자연을 노래하는 시선 > 선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이 흘러가는 겨~선시 (0) | 2013.12.28 |
---|---|
해가 뜨면 처음사랑도 뜬다 (0) | 2013.12.21 |
선시~ 밤송이 둘 (0) | 2013.09.25 |
파도 소리 들으며 하늘 보러 가다 (0) | 2013.08.30 |
만남과 이별 (0) | 2013.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