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소시집
산을 갖는다•89
―북한산 사기막골 능선에서
一餘
단군 이래 처음 보는 꽃단풍
들에서 산으로
진달래에서 산철쭉으로
흙을 밟는 맛도 신선하지만
때 이른 해맑은 산철쭉꽃 보니
수줍게 믈든다
산은 꽃부터 주기 시작한다
몽땅 주기 시작한다
가질 수 없다
너무 순결해
너무 눈부셔
검은머리박새와 쇠딱따구리도 물든다
소리로, 보기로,
온 몸을 즐겁게 달궈주니
양심상 가질 수 없다
가을이 되면
온몸을 다 바쳐 맺힌 열매와
온몸을 불태우는 단풍으로
몽땅 주려한다
살신성인 下心이다
행으로 보시하는 下心이다
산은 주기만하는 위대한 하심이다
산벚 산철쭉 진달래꽃이 흔들어주는
속까지 훤히 보이는 순정만은
기꺼이 받겠다
사기막골능선 천국에서
연초록 하심 물감 터트리는 산으로부터
기꺼이 그 순정만은 갖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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