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소시집
개골개골
逸麗
찔레꽃 지고
밤꽃 피더니
한밤에
개구리 소리 피었네
고향의 소리 흐르네
암흑에 찬란한 합창
바람의 꽃이라네
어둠의 꽃이라네
향수의 꽃이라네
거문고는 풍류를 알고
가야금은 가락을 알 듯
개구리 소리는 고향의 마음을 안다네
어둠을 뚫고 백로가 날아가자
개구리 소리가 피는 내 고향은
호수 같은 저수지가 있고
꽃그이와 장어가 넘나들고
횐 돛단배 출렁였던 바다도 있다네
함초꽃 흐드러질 때
처음사랑도 폈다네
막걸리 한 사발 들고
내 손자 하시며 맨발로 달려오시는
할머니 주름살도 폈다네
보리밭 익는 소리 듣으며
들꽃은 다 졌어도
밤꽃 곁에서 개구리 합창에
토실토실한 알밤꿈 꾼다네
개골개골개골
도요새는 향스에 젖어 있고
개구리소리가 듣고 싶었다
2년전 부터
그러나 캄캄한 밤에 들을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세 번 째 도전 만에 들었다
어두어져야 들었다
청개구리 소리는 낮에도 듣는데
이젠 맹꽁이 소리도 듣고 싶다
잊었던 촉수를 깨워준 클님께 감사 드리며
'일려 시 50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뚜라미 풍년가 (0) | 2014.08.15 |
---|---|
호수에 별이 내려와 (0) | 2014.06.21 |
봄 (0) | 2014.06.03 |
넝쿨장미 (0) | 2014.05.22 |
인수봉 이고 가고 백운대 지고 가네 (0) | 2014.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