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갖는다• 100
고상원
산을 우러러보니 좋다
위험한 암벽이 손짓하니 좋다
초록 꽃 천사 천지니 좋다
초록산도 꽃이다
뿌연 날씨에
미세먼지도 많은데
찬바람도 몰아치는데
난 아직 한 송이 꽃도 못 피워
시름만 쌓여 가는데
산마다 할 일 다 하여 만세 부르는
저 녹두 꽃 산야
쪽동백꽃 함박꽃 족두리꽃
한없이 자랑스럽다
능선과 계곡에서 마주치니
할머니와 함께 기다렸는지
맨발로 달려와 반기다
와락 견우직녀 사랑에 빠지다
멀리 한 폭 수반에 떠오른
초록 산이 축가를 부르며
봄의 왈츠 추며 환영이다
天地人 기상 뽐내는
설악이 봄을 흔드는 데
벼랑에 떨어질 듯
세찬 바람에 떠는 나는
한 잎 초록 꽃잎 되어 버티고 있다
바위틈마다 피어오르는
연두색 꽃동산에 기대어
토왕성폭포 벼랑에서 풍기는 불굴의 기상으로
절박한 인생에 빠지다
보름달 같은 봄 처녀의 따뜻한 체온과
알몸으로 눈물의 이별하며
속세 낭떠러지로 떨어져 울다
소쩍 소쩍
소쩍새 되어
꾀꼴 꾀꼴
꾀꼬리 되어
설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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